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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권

    2018.10.16 약 13.9만자 2,800원

  • 2권

    2018.10.16 약 15.5만자 2,800원

  • 3권

    2018.10.16 약 14.6만자 2,800원

  • 완결 4권

    2018.10.16 약 14.1만자 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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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전생은 도둑, 이번 생은 왕녀.
그런데 만만할 줄 알았던 이번 생도 파란만장?

흙수저 중의 흙수저 강하니.
도둑으로 살았던 생이 끝난 순간 다른 세계의 공주 로제로 태어난다.
하지만 행복할 줄 알았던 공주의 인생에 커다란 장애가 나타나는데.

바로 대국 아비스타의 황태자 지그프리드와의 정략결혼!
하지만 황홀할 정도로 잘생긴 이 남자에겐,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내 사랑은 오직 프레야의 것이다. 나에게 어떤 애정도 기대하지 말도록!”

결국 공주로서의 두 번째 삶마저, 황태자 독살 누명과 함께 비참하게 끝난다.
또다시 시작된 세 번째 인생.
로제 공주로 다시 태어난 그녀는 결심한다.

‘힘이 없으면 신분이 다 무슨 소용이야. 그런 거, 더 높은 사람이 나타나면 그만이지!
어차피 그런 거라면 뭐 하러 참고 살아? 이제는 안 참아. 내 성질머리대로 살 거야!’

하지만 그렇게도 피하려 했던 정략결혼은 다시 다가오고, 로제는 지그프리드 탈출기를 감행한다.

“당신을 사랑했던 건 전생이지, 지금은 아니거든?”

이제는 잡으려 드는 지그프리드, 어떻게든 도망가려는 로제.
입장 바뀐 두 남녀의 치열한 밀땅이 시작된다.


[본문 내용 중에서]

“이 시간에 무슨 볼일이신가요?”
그가 한참 동안 나를 내려다보고만 있자, 결국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몸이 좋지 않아서 뵙기 어렵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멍청한 시녀가 마음대로 문을 열어 줬군요. 그래, 제가 정말 다친 걸 확인하셨다면 이만 돌아가 주시지 않겠습니까. 힐러가 저를 치료하긴 했지만, 완전히 몸이 나은 게 아니라서 몹시 아픕니다.”
그런데 그때 지그프리드가 입을 열었다.
“죽고 싶었던 건가? 그런 거면 좀 확실하게 죽어 주던가. 당신은 심지어 자살도 참 서투르군.”
“……!”
지금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걸까? 나는 잠깐 동안 귀를 의심했다.
죽으라고? 지금 나더러, 어서 죽으라고 한 건가?
“뭐라고 하셨나요?”
하도 기가 막힌 나머지 나는 오히려 아무런 분노도 느껴지지 않았다. 얼떨떨한 목소리로 되묻자 그가 내가 앉은 의자 앞으로 몸을 숙이더니 친절하게 다시 한 번 말해 줬다.
“다음에는 부디 성공하길 바란다는 뜻이요, 황태자비.”
“전하……!”
“내 말을 끝까지 들으시오, 황태자비. 그대가 자살한다고 내가 충격을 받을 거라 생각하면 그건 절대 아니라고 말해 주고 싶소. 당신이 죽든 말든, 나는 눈도 깜짝하지 않을 거야. 아니, 오히려 방해물이 없어져서 잘됐다며, 프레야와 춤을 출 거야.”
“……!”
“그러니까 황태자비, 다음엔 부디 확실한 방법으로 죽어 줘. 이렇게 엉뚱한 사람까지 다치게 하지 말고, 혼자서 죽어 달라고.”
말을 마친 지그프리드는 나의 반응을 기다리지 않고 그대로 홱 몸을 돌려 방을 나가 버렸다.
혼자 남겨진 나는 그가 열어 놓고 간 방문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너무 화가 나면 오히려 멍해지는 것 같다. 내 머릿속엔 더 이상 분노도 들어차지 않았다. 그저 다 비워 버린 쓰레기통처럼 텅 비어 버렸다.
그에게 충격을 주고 싶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그 충격을 받아야 할 당사자가 내 앞에 나타나, 그런 거 안 받았으니 어서 죽어 달라고 재촉하다니.
‘나는 그 정도로 그에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인가? 그냥…… 쓰레기 같은? 그저 치워야 할 대상일 뿐인 건가?’
곧 허탈한 웃음이 밀려왔다.
‘그렇구나.’
나는 처음부터 그에게 같은 인간이 아니었다. 황태자비의 관을 썼을 뿐, 사실은 신수를 되찾은 이후부터는 차라리 어서 죽어 줬으면 하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꼴 보기 싫은 여자. 없어지면 좋을 거추장스러운 방해물. 그게 나였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나니 이젠 화도 나지 않았다. 그저 감출 수 없는 씁쓸함이, 쓰디쓴 담즙처럼 온몸을 채웠다.
나는 그래도 이번 생에선 내가 꽤 비중 있는 존재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왕족으로 태어난 이상, 그것도 그렇게 두 번의 삶을 살아오는 동안 쌓인 오산이었다.
하지만 그런 나는 사실 지그프리드의 말대로 이름뿐인 황태자비였고, 아무런 힘도 없었다. 그래도 황태자비라고 뭐라도 할 수 있을 줄 알고 발버둥 쳤는데 모두 헛수고였다. 지그프리드에겐 그저 제 발 밑에 엎드린 수많은 인간들 중 하나였을 뿐이다.
그걸 깨닫자 이젠 지그프리드에 대한 미움마저 사라졌다. 내가 그에게 밟을 가치도 없는 상대란 걸 알고 나니 그저 허무하기만 할 뿐이다.
그걸 인정하고 나니, 이제 나는 나 자신에게 관심을 돌리게 됐다. 그리고 그와 함께 나는 지그프리드를 만난 이래 단 한 번도 그를 배제하고선 사고해 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도대체 왜 나는 나 대신 지그프리드를 내 삶의 중심에 놓아뒀을까?
나는 단 한 번도 내 인생을 살아 보려 한 적이 없었고, 오로지 지그프리드에게 사랑받거나, 아니면 그를 피하기 위해서 내 모든 열정을 다 바쳤다. 생각해 보니 어리석기 짝이 없었다.
‘이러니 지그프리드가 나를 무시할 수밖에 없지.’
아마 그도 무의식중에 알아차렸을 것이다. 전생에서도 그는 사랑의 무게추가 누구에게 기울었고, 누가 권력을 쥐고 있는지 알고 있었고, 알고 했든 모르고 했든 그걸 마음껏 휘둘렀다.
그리고 나는 그 칼자루를 내 손으로 쥐어 주고는 혼자 상처 입었던 거다.
깨달음은 아주 조용하게 나를 찾아왔다.
갑자기 눈물이 뚝 떨어졌다.
이번 삶에서 더는 내 행복을 바라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 내 인생이지만, 그래도 나는 다시 시작할 기회가 있다. 그러니 그 기회에 감사하자. 그것만으로도 나는 엄청난, 아니 이 세계에선 그 누구도 누리지 못할 행운을 움켜쥔 셈 아닌가.
이번 생의 내 행복은 포기하는 대신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자. 떠날 때 떠나더라도, 그렇게 하고 나서 떠나자.
나는 그렇게 결심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결론을 내리자, 마음이 정말로 행복해졌다. 그동안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뿌듯함이 내 안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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