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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결 1권

    2019.08.05 약 15.3만자 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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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괜찮다니까.”

주은이 정우의 팔을 뿌리치며 말했다.

“괜찮긴. 택시 타는 것만 보고, 인마.”

벌겋게 술기운이 오른 얼굴로 정우가 주은의 팔을 다시 붙잡았다.

“지금 네가 더 취했거든?”

취기가 오르긴 했지만, 주은의 정신은 말짱했다. 주은은 술을 즐기진 않았지만, 술에 금방 취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어허! 그래도 인마. 내가 남잔데!”

택시를 잡기 위해 휘휘 손을 흔들며 정우가 소리쳤다.

“어련하시겠어요.”

주은이 피시식 바람 빠진 웃음을 흘렸다. 아직 취하지 않은 건 분명했다. 하지만 곧 빙글 돌 것도 같다. 얼른 집에 가야지. 주은은 제 앞에서 긴 팔을 휘휘 젖는 정우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타.”

새까만 승용차 한 대가 정우의 앞으로 섰다. 부드럽게 내려간 차창 너머로 태윤이 그녀를 향해 말했다.

“어? 교수님. 가시게요?”
“갈 거야.”
“그럼 주은이 가다가 떨어뜨려 주세요.”

정우가 헤실거리며 태윤을 향해 말했다.

“그러려는 거잖아.”
“아니. 아니요.”

주은이 재빨리 그를 향해 거절했다.

“주은아.”

비틀비틀 정우가 주은을 향해 걸어왔다.

“싫어.”

인상을 쓰며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하지만 녀석은 빙글빙글 웃으며 말했다.

“택시비 굳었다.”
“타. 빨리. 피곤하다. 이주은.”
“저기…….”
“내가 내려서 태워?”

미간을 찌푸리며 태윤이 서늘하게 말했다. 주은의 시선이 그에게서 운전석으로 앉은 대리기사에게로 또 제 앞에서 비틀거리며 실실 웃어대고 있는 정우에게로 움직였다. 그리곤 이내 다시 태윤에게로 향한다.

“타라고.”

그가 다시 한 번 말했다. 주은의 입에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우리 주은이 잘 부탁드립니다.”

주은이 마지못해 차에 오르자, 정우가 꾸벅 인사하며 태윤을 향해 말했다.

“갑시다.”

눈두덩을 꾹꾹 누르며 태윤이 의자 뒤로 고개를 젖혔다. 차체가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은은 허리를 꼿꼿이 퍼고 앉아 고개를 창밖으로 돌렸다.

“삼성동으로 갑니까?”

대리기사가 물었다.

“아뇨.”

태윤이 주은을 쳐다보며 대리기사를 향해 답했다.

“동대문구청요.”
“들으셨죠?”
“네. 동대문구청 쪽으로 먼저 가겠습니다.”

태윤이 다시 몸을 뒤로 젖혔다. 쿵덕쿵덕 심장이 뛰었다. 혹여 제 심장소리를 들을까 주은은 발끝에 힘을 꽉 준 채로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옆으로 느껴지는 고른 호흡과 그 호흡을 따라 느껴지는 알싸한 술 냄새가 온몸이 따갑도록 인식되었다.

“주은아.”

그가 나지막이 그녀를 불렀다. 괜히 울컥 무언가 치밀었다.

“주은아.”

또 그가 그녀를 불렀다. 주은은 버릇처럼 두 손을 맞잡고 이리저리 비틀어댔다.
후우. 태윤의 입에서 기다랗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모질게 고개를 돌리지 않았던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두 눈이 똑바로 저를 바라보고 있다.

“못하겠다. 이런 거.”

한숨 섞인 그의 음성이 가슴을 그었다. 꾸역꾸역 참았던 게 그어진 가슴에서 후드득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주은은 물기가 어른어른 거리는 눈으로 태윤을 쏘아보았다.

“하기 싫다. 이딴 거.”

기어이 흔들고 말지.
나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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