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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결 1권

    2017.07.14 약 11.5만자 3,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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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스물일곱 이경, 일본에서 일본 남자 히로를 만나고 여자로서 눈을 뜨기 시작한다.

이 여자, 어느새 색다른 계획을 마음에 품게 되는데.......

안기고 싶은 남자와는 꽁냥꽁냥 연애를, 안아주고 싶은 남자와는 봄날 오후 같이 나른하고 청결한 소꿉장난 같은 결혼을.
사랑하지만, 집착하거나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

그에게 끝까지 쿨한 여자로 남고 싶다.



-본문 중에서-


이경은 히로의 눈에 그대로 비춰지는 자신의 얼굴을 보며 일본에서의 짧은 3박 4일을 떠올렸다.
온천수 같았던 그의 뜨겁고 물컹한 혀의 감촉, 그의 작은 입김에도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흔들리는 꽃잎처럼 이리저리 흔들렸던 몸과 마음. 그의 손이 닿을 때마다 걷잡을 수 없이 뛰던 자신의 가슴을 생각하니 어처구니없게도 얕은 웃음이 나왔다.

"후회하지 않아?"

문득 히로가 묻는다.
무엇을 후회하지 않느냐고 묻는 것일까. 이경은 잠시 혼란스러워지는 머리를, 질문을 한 남자의 두 눈을 쳐다보는 것으로 정리해보려 하지만 역효과다. 영롱하게 빛나는 맑은 눈동자는 더욱 혼란을 부추길 뿐. 이경은 눈길을 돌리고 말았다.

"물론 후회하지 않아."

무엇에 대한 후회를 말하는 것인지 다시 묻지 않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히로는 배가 고프다며 시간도 있으니 일본에서의 마지막 일식을 먹고 떠나자고 했다. 둘은 스시, 덴푸라, 자루소바, 차왕무시(일본식 계란찜) 한세트에 1700엔! 이라고 크게 씌여진 곳으로 가 자리를 잡았다.

"여전히 계란찜 좋아하네."

이경이 차왕무시부터 젓가락을 가져가는 히로를 보고 말했다.

"단단하지도 않고 무르지도 않고 딱 적당해. 이렇게 부드러운 차왕무시 맛있잖아.”

둘이 일본에 와서 마지막으로 먹는 정갈한 일식 상차림을 한참 보고 있다가 이경은 왈칵 눈물이 솟구쳤다.
히로는 그런 이경을 보고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아무 것도 묻지 않은 채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이경에게 건넸다.

"아니. 이거 안 쓸래. 딱 이만큼만 울 거 같아서. 나 오늘 더 울고 싶거든."

세상에 태어나 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알고 얼굴을 알며 살아간다. 지구상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 중에 기껏 지극히 작은 숫자만 알게 되는 것인데도 부대끼는 관계들. 그 안에 어렵게 만난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나 다른 사람들의 연애처럼 사랑하고, 싸우고, 화해하고, 결혼으로 이어지고...... 이렇게 흘러갈 수 없는 인연이 있다.
이경은 히로가 한국에서 연예인으로 성공할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상대의 입장을 고려한 조심스럽고 완곡한 거절의 표현, 흔히 일본 사람들이 그렇듯이. 히로는 결혼이라는 법적인 테두리가 그의 자유를 가두는 울타리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런 그를 앞에 놓고 오늘은 여기서 마냥 울고 싶다. 나도 이 공항의 누군가처럼 어디론가 떠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배웅하는 그런 여자로 보이겠지.
그러니까 맘 놓고 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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