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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권

    2017.05.18 약 14.5만자 3,500원

  • 완결 2권

    2017.05.18 약 14.2만자 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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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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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전자책으로 출간되었던 작품의 종이책출간본입니다.

검은 물처럼 깊고 차가운 길릉산의 주인, 윤.

너를 만나 봄이 왔다. 나는 평생 눈이 내리는 깊은 산, 끝없이 짙은 증오 속에 살아야 할 줄 알았는데. 네가 내게 온 후로 잃어버린 계절을 찾고 있다. 매일, 그리고 영원히.


범의 마지막 고향인 길릉산, 그 기슭에서 새로운 삶을 만난 여인 문화.


날마다 닳아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마음도 몸도 조금씩. 풀냄새가 나는 방에 앉아 고인 물처럼 차갑게 식어가는 나를 당신이 깨워주었습니다. 봄 밤, 아름다운 길로 불러주셨습니다.





-본문 중에서-



“죽을 뻔했다.”

킥킥거리는 것을 보니 또 희롱할 말이라도 생각났나. 문화가 물끄러미 올려다보자 볼이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슥, 넘겨주며 귀를 만지작거린다.

“오는 길에 그냥 아무 곳에나 눕히고 싶은 걸 참느라.”

그의 등을 주먹으로 툭툭 치는 걸 보니 그건 싫었던 모양. 그는 인내력을 발휘해 이 방문 앞까지 걸어온 것을 다행이라 여겼다.

“가까이서 본 게 천년 같다.”

아직도 낫지 않은 상처에 그가 입술을 댄다. 혀로 핥자 피 맛이 짙게 감돈다. 문화가 알싸한 감각이 곧 등을 뒤흔드는 쾌감으로 바뀐 것에 몸서리쳤다. 눈썹 위부터 잘근잘근 씹어 먹을 기세로 시작된 입맞춤이 이내 귓가로 옮겨갔다. 문화가 특히 못 견뎌하는 곳이라는 걸 안 그가 정성스레 부드러운 귓불을 매만졌다.

“다시는 멀리 가지 마라.”
“네.”
“혼자 다니지도 말고.”
“네, 그럴게요.”

어린애처럼 조용히 대답하는데, 갑자기 심술이 났는지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이내 그녀의 무릎 아래 팔을 걸고 옷가지를 집어 들듯 가볍게 들어 올린다. 새소리처럼 사라진 문화의 비명은 곧 그의 불퉁한 말에 묻혔다.

“아니, 이제 너한테 하는 말로는 안 되겠다. 너는 말을 안 들어. 네, 대답만 하고 끝이지.”
“그럼 어쩌시게요.”

그의 가슴에 볼을 기대고 눈을 감은 문화가 나른하게 묻는다. 삐친 것처럼 대답하는 것이 재밌어 그도 계속 놀리게 된다.

“너는 이제부터 스스로 아무 생각도 하지 마. 그냥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해라. 네가 입을 것, 먹을 것, 가고 오는 것까지 다 해줄 테니.”

침상 위로 눕혀진 문화가 우스갯소리로 되묻는다.

“그럼 하늘같은 수장이 절 입히고, 먹이고 재워 주실 겁니까?”

그러나 그것도 문화의 치맛단을 걷고 흰 발목을 붙잡으며 하는 말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얼마든지.”
“…….”
“언제든. 어디서든. 네가 싫어하든 싫어하지 않든. 나는 이제 그렇게 한다.”

문화를 바라보는 눈이 짙게 가라앉는다. 어느새 그녀의 귓가 옆에 두 팔을 뻗고 하늘을 가린 그가 천천히 입술을 내린다. 꽃잎 같은 문화의 입술 위에 오래 머물렀다. 이내 그곳에서 속삭인다.

“다시는, 절대로 그런 일…….”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다는 뒷말은 문화에게만 들렸다. 그가 쥐고 있는 이불이 구겨지는 것이 느껴졌다. 잇새로 흘러나오는 말은 거의 숨이 차듯 울린다. 문화는 저도 모르게 팔을 뻗어 그의 얼굴을 매만졌다.

“그렇게 해주세요.”
“…….”
“수장께서 해주시는 대로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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