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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결 1권

    2017.02.16 약 15.5만자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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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단 걸 좋아하는 겁니까, 초콜릿을 좋아하는 겁니까.”


그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걸 먹고 싶은지
물어본 사람은 그가 처음이었다.


“한성현 회장님의 가족이 되고 싶으신 거겠죠.”
“아뇨. 당신이면 충분합니다.”


그녀에게 결혼은 단지
가족이란 지독한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은
발버둥에 불과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 남자,
예상과는 너무 다르다.


시린 그녀의 삶을 대신 짊어지려하는
그, 채강훈.
남자는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려 한다.
오직. 그녀를 얻기 위해서.


웃을 줄 몰랐던 두 사람이 서로에게 물들면서 미소 짓게 되는 이야기.




<본문 중에서>


“안겠습니다.”

한발 여름에게로 다가선 강훈이 그녀의 손을 놓으며 손을 뻗었다.
여름이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의 손도 멈칫했다.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그녀만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여름의 시선은 그의 뒤, 집의 담벼락을 향해 있었다.

“싫습니까?”

너무나 단호히 고개를 젓는 여름을 보며 강훈은 이 순간에도 웃음이 나려 했다.

“그럼 안아 주십시오.”

그는 손을 어깨 넓이만큼 벌린 채 그대로 서서 눈을 감았다. 그의 품 안에 그녀가 쏙 들어오기를. 그때까지 이렇게 서 있을 작정이었다.
사박, 사박 그녀의 걸음걸이가 가까워졌다. 분명 지나친 것은 아니지만 두어 걸음 왔을 법한 순간부터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는 눈을 뜨고 싶었지만 참았다.

“채강훈 씨.”
“네.”

바로 지척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눈을 뜨지 않고 대답을 돌렸다. 여전히 벌려진 채 허공에 떠 있는 그의 한 손 위에 감촉이 느껴졌다.
여름이 그의 한 손을 잡아 내렸다. 그녀의 어깨 위로.

“난 먼저 뭐 못해요.”

여름은 다른 그의 한 손도 잡아 내렸다. 그녀의 등과 어깨에 둘러진 그의 손이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지금 여름의 마음과도 같이.

“연애하기로 했잖아요.”

맞죠? 아주 미약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강훈은 천천히 눈을 떴다.
언제나와 같은 표정인데. 아무 감정도 담겨 있지 않은 얼굴에서 유독 눈동자만 빛이 나고 있는 것 같았다.
등에 둘러진 손으로 더욱 그녀를 가까이 끌어당겨 안으며 강훈은 어깨에 얹어 있던 손을 들어 그녀의 눈가를 어루만졌다.

“내겐 당신이 우선입니다.”

눈물은 흐르고 있지 않건만. 맺히지도 않고 흐를 기미를 보이지도 않건만.
강훈의 손짓은 정말 여름의 눈물을 훔쳐 내고 받아 내는 듯했다.

“뭐든 요구하고 거절하고, 투정 부리고 화내고. 마음껏 울고 웃어도 됩니다.”

내 앞에서만큼은.

“안아도 됩니까?”

여름이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고개가 그의 가슴팍에 묻혔다.

“이미…… 안았잖아요.”

허공에 잠시 떠 있던 다른 한 손을 그녀의 등에 마저 두른 강훈은 더욱 깊게 그녀를 품 안으로 끌어당겨 안았다.

“내일…….”
“네.”

여름의 곧은 대답에도 강훈은 뒷말을 잇지 못했다. 더없이 소중히 하기로 다짐한 사람이었다.
내일 결혼하는 건 안 되겠죠, 라는 말 따위 절대로 내뱉으면 안 됐다.
아무리 이 순간이 아쉽고 미련이 남더라도.

“일찍 데리러 오겠습니다.”

끝내 숨기지 못한 미련 한 조각이 그의 어투와 아쉽게 꼬리를 내리를 입술과 눈에 묻어났다.
하루하루 지나다 보면 언젠가 여름의 손길이 그를 마주 안고 그녀의 눈동자가 미소로 반짝이며 입꼬리는 하늘과 닿을 것처럼 높게 올라갈 때가 올 것이다.
오늘은 겨우 그 하루에 지나지 않았다.
그도 여름에 맞춰 천천히 다음 하루를 향해 나아가야 할 것이었다.

“네.”

예쁜 사람.
강훈은 웃었다. 웃음은 전염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도 미소가 자연스럽게 지어지진 않지만 노력해 볼 것이다.
웃음이 났다. 그녀를 보면.
그럴 때면 참지 않고 웃을 것이었다. 자연스러워질 때까지. 그 웃음에 그녀도 웃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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