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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결 1권

    2017.03.16 약 15.7만자 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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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17년 지기 친구인 박가윤, 신재하.
소위 불알친구로 시작된 두 사람의 지긋지긋한 인연은 누군가 끈질기게 잡고 늘어진 덕분에 성인이 되어서도 끊어지지 않은 채 아슬아슬하게 이어진다.

“어쩔 수 없잖아. 그냥 만나는 것도 조심스러울 정도로 네가 엄청난 사람이 되어 버렸는걸.”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하는 잘나가는 연예인이 된 재하를 더욱 피하는 가윤.

“이럴 줄 알았으면 빌어먹을 연예인 따위 하지 말걸 그랬어.”
그런 가윤을 향해 더욱더 돌진하는 재하.

과연 두 사람의 관계는 한 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않은, 고른 평형 상태가 될 수 있을까?
관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재하의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본문 발췌글]

“잘 잤어?”
오른쪽 귓가로 나지막한 음성이 들려왔다. 따뜻한 입김이 뒷목에 와 닿는 느낌이 어쩐지 간질거려 가윤은 어깨를 움찔했다. 그렇게 오른쪽으로 얼굴을 갸웃하며 웅크리는 가윤의 뒤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귀엽긴.”
아침이라 그럴까. 평소보다 훨씬 더 낮게 가라앉은 음성이 차분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진지하면서도 조금 장난스러운 느낌이었다. 그 목소리에 뒷목의 잔털이 솟으며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나도 물.”
기다란 팔이 다가왔다. 부드러운 손길이 맨어깨를 지나쳐 팔꿈치를 슬쩍 만지작거리곤 이내 손목을 살짝 그러쥐었다. 그 손길에 어쩐지 숨이 멎었다.
“어서.”
멍하니 눈을 뜬 채 재하가 이끄는 대로 팔을 뒤로 움직이는 사이, 어느새 맞닿은 두 사람의 피부 사이로 따스한 온기가 감돌았다. 아니, 따스하면서도 온몸이 긴장되는 이상한 온기였다. 그렇게 가윤의 손목을 잡은 채 그녀가 든 물 잔을 자신에게로 가져간 재하는 마치 처음부터 자신을 위해 따라 놓은 물인 듯 자연스럽게 입을 댔다. 이내 시원하게 물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기도 잠시.
“하아.”
나른한 한숨 소리와 함께 차가운 물을 머금은 달콤한 공기가 가윤의 왼쪽 볼을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
더 이상 멈출 숨도 없는데, 더 이상 들이마실 숨도 없는데 자꾸만 가슴이 들썩였다. 왜 그런지 눈앞이 아득해지는 것 같기도 했다.
“졸리다.”
나른하게 늘어진 목소리와 함께 왼쪽 어깨에 가벼운 무게감이 느껴졌다. 막 잠에서 일어나 부스스하지만 결 좋은 얇은 머리카락이 귀를 간질였다.
“좀 더 자자, 윤아.”
윤. 오랜만에 들어 보는 가윤의 애칭이었다. 엄마 외에는 거의 부르지 않는 애칭을 가끔 이렇게 재하는 아무런 예고 없이 툭 던지곤 했다. 유난히 낮게 깔린 그 목소리에 이유를 알 수 없는 열기가 아랫배를 찌릿, 치고 올라왔다.
바싹 긴장한 가윤을 느낀 것일까. 낮은 웃음이 어쩐지 긴장된 공기를 타고 말간 어깨에 내려앉았다. 가윤은 자신도 모르게 식탁을 짚은 손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을 줬다. 그런 가윤의 팔 옆으로 재하의 오른쪽 팔이 다가와 나란히 식탁을 짚었다. 어느새 다가온 온기가 등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의 몸이 더욱더 가까워지는 그 순간.
“박가윤, 너…….”
재하의 입이 열리고 무슨 말이 나오고 있는 그 순간, 그 순간이었다.
[굿모닝, 에브리 원! 투데이 이즈 프라이데이, 불금! 불금입니다. 뼈와 살이 뜨겁게 불타오르는 금요일이 시작된 오늘, 들뜬 마음으로 인사드리는 저는…….]
갑자기 소란스러운 음악 소리와 함께 들리는 요란한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가윤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너, 너. 신재하, 너……!”
마치 못된 짓이라도 하다가 들킨 것처럼 심장이 콩닥거려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뭐야, 이건?”
잔뜩 못마땅한 목소리가 여전히 뒤에서 흘러나왔다. 더 이상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감당하지 못할 뭔가가 일어날 것 같은 막연한 느낌에 가윤은 애써 눈을 부릅떴다.
“신재하 너 이게 뭐하는 짓이야? 안 비켜?”
평소보다 훨씬 더 과장된 목소리로 큰소리를 낸 가윤은 재빨리 재하를 피해 몸을 돌렸다.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것 같던 묵직한 몸이 의외로 선선히 뒤로 물러났다.
“너, 너 이 자식!”
서둘러 식탁에서 두서 걸음 물러난 가윤은 아직도 쥐고 있는 물컵을 척하니 들어 재하에게 겨눴다.
“너 이게 뭐하는 짓이야?”
“응? 뭐가?”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는 재하의 얼굴에 어째 말문이 막혔다. 갑자기 난감해지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왜 아침부터 사람 혼을 빼놓느냐고 물어야 할까, 그것도 아니면 왜 이렇게 자극적이게 굴어서…….
‘헉! 내가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야?’
마치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런 가윤을 유심히 살피던 재하의 얼굴에 미소가 슬며시 번지기 시작했다.
“뭐야, 너 귀가 왜 빨개지냐? 무슨 생각한 거야?”
웃음기가 농후한 재하의 말에 가윤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
“귀, 귀가 빨개지기는 누가……!”
아니, 입을 열었다가 이내 다시금 꾹 다물고 말았다.
“하여간 박가윤.”
또다시 예고도 없이 다가온 재하의 손길이 언제 왔는지 가윤의 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귓불을 쓰다듬는 손길에 강하게 소리치려던 그 마음은 어디로 다 사라졌는지 마치 자석이라도 붙은 것처럼 입이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자석도 보통 자석이 아니라, 특 A급 산업용 자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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