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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썸머, 우리들의 행복한 계절

인디언 썸머, 우리들의 행복한 계절

최은유

전체 이용가 로망띠끄

2015.03.18총 1권

  • 완결 1권

    2015.03.18 약 19.9만자 3,500원

이용 및 환불안내

작품소개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채 거침없이 사랑에 빠져 드는 아름다운 남자, 강하진.
“어쩌자고 나는 이 여자가 나를 사랑하도록 내버려 두었을까?”

사랑 받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서툰 황량하고 건조한 사막 같은 여자, 서율하.
“이게 사랑일까? 사랑한다고 말하는 데도 사랑을 모른다는 게 웃겨”

- 본문 중에서 -

붙박이장을 뒤져 이불과 베개를 꺼내 소파로 가져가 누웠지만 잠이 올 리가 없었다. 하진은 조용히 일어나 침실로 들어가 율하가 누워있는 침대 옆에 조심스레 앉았다. 고요하게 잠들어있는 율하의 하얀 얼굴을 한참동안 내려다보았다. 하진 자신만 아니었다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그런 부모님과 좋은 환경에서 찬란하게 꽃 피었을 여자. 그런데 눈앞에 잠들어 있는 여자는 아무도 없이 홀로 외롭게 살고 있다. 손끝만 대어도 부서져 사라져 버릴 것 같은 황량한 사막 위의 모래성 안에서 위태롭게 웅크리고 숨어있는 그녀가 보였다. 하진은 그 모래성 따위 부셔버리고 율하에게 가리라 결심했다. 모래성 대신 자신이 율하를 지켜주리라 생각했다. 하진은 고개를 숙여 율하의 이마에 입술을 내리고 오랫동안 머물렀다. 두근거리던 심장이 뻐근해졌다. 하진에게만 시간이 멈춘 듯 그렇게 눈으로 율하를 따뜻하게 어루만졌다. 아무리 담아도 완벽하게 채워지지 않았다. 율하가 내어 주지 않으니 빼앗듯 홀로만 담고 있어 더욱 허전하고 갈증이 났다. 하진은 몸을 기울여 율하의 작은 분홍빛 입술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도 차마 닿을 수 없는 곳.
“강하진 씨……, 너무 가깝잖아.”
한숨처럼 새어 나온 율하의 말에 순간 하진은 어린 소년처럼 흠칫 놀라 흡, 숨을 들이키며 상체를 세웠다. 괜스레 목덜미에 열이 올랐다. 율하는 마치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꼼짝도 않고 있었다.
“안 잤습니까?”
“그럼 낯선 남자가 버젓이 집까지 쳐들어오는데 잠이 올 것 같아? 제 집처럼 휘젓고 다니고 코앞에서 잡아먹을 듯 들여다보는데 어떻게 자. 내가 아무리 강심장이라고 해도 긴장을 안 할 수는 없지.”
낮은 목소리로 율하가 말하자 하진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잡혔다. 걱정과는 달리 율하의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내 하얀 이를 드러내고 소리 없이 웃었다. 마음이 조금은 느긋해졌다.
“다행이네요. 술이 센가 봐요.”
율하가 눈을 뜨자 어스름한 빛 속에서 반짝이는 갈색 눈동자가 따뜻한 빛을 내며 오롯이 율하에게 떨어지고 있었다.
“하, 오늘은 강하진 씨 덕분에 열 잔도 못 채우고 꼬꾸라졌잖아.”
“이젠 말도 막 놓고…… 뭐, 훨씬 가까워진 느낌인데요?”
“왜? 이젠 내가 겁나나 보지? 아까는 반말로 할 말 다하면서 사람 혼을 쏙 빼놓더니. 이제 다시 존대를 하는 거 보니까 바짝 겁먹은 거 같은데, 아니야?”
가시를 세운 노란 장미가 싱그럽게 피어나는 것 같아 하진은 피식 웃고는 침대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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