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화단 옆에 쪼그려 담배를 피우는 게 유일한 낙인 하연에게
다리 한쪽이 구부러진, 한 떨기 백합 같은 남자가 다가왔다.
“혹시 좋아하는 꽃 있으세요? 하나 선물로 드릴게요."
“아, 괜찮아요. 쓰레기만 추가되는 거라.”
새하얀 지우개 같은 꽃집 총각, 서은우를 보며 어쩐지 하연은 그때가 떠오른다.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버린 악몽 같은 기억이.
참 이상한 일이다.
* * *
“앞으로는 이렇게 친한 척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
“저 꽃에 관심도 없고…… 솔직히 그쪽한테도 관심이 없거든요.”
은우는 기나긴 시간을 돌아 자신을 지옥에서 꺼내 준 하연을 찾지만
태양처럼 밝았던 하연은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어둡기만 한데.
“변했네. 최하연.”
같은 사건, 다른 기억 속에서 둘은 서로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