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붉은 장막이 쳐진 붉은 정자.
필시 정자임이 맞았으나 풍경을 볼 수 없게 붉은 장막으로 꼭꼭 감싼 기이한 곳.
한 사내가 여인의 턱을 우악스럽게 잡아채 휘휘 돌리기 바빴다.
갑작스러운 거친 손길에 여인의 눈이 크게 떠지든 말든 저와는 상관없다는 듯, 기이한 곳보다 더 기이한 사내의 눈빛이 일렁였다.
“모르느냐? 이 거둬질 리 없는 붉은 장막 안에 너와 나 둘뿐이란 것을 말이다.”
늘 아르바이트로 뛰어다니기 바빴던 지안이 서울 한복판에서 온천지 검붉은 곳에 떨어진 지도 몇 달.
굳이 찾아와 물끄러미 바라보는 눈빛, 입을 뗄 때마다 괜스레 살갗이 아리는 매서운 기운.
사내의 시선이 닿을 때마다 벌벌 떨기 바빴던 지안은 어느 날 짤막하게 말을 뱉고.
“놔주세요….”
언제나 앙다문 입술 사이로 숨도 못 뱉던 여인이 자그맣게 목소리를 낸 순간.
기이한 사내의 눈빛은 일렁이다 못해 그녀를 덮칠 듯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