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유리카는 다시 한 번 제시카의 초상화를 바라보았다. 그녀와 꼭 닮은 남자... 남자라고?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이? 유리카는 사이먼의 모습을 그녀의 머릿속에 그려보려고 애썼지만 가히 그의 모습이 생각처럼 쉽게 그려지지 않았다. 확실한 건 그가 이토록 눈부신 미인이라는 것이다.
'보고 싶다...!'
순간 유리카의 마음속엔 그를 두 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꿈틀거렸다. 그와 마주친다는 것은 몸서리치도록 싫은 일이다. 그러나 보고 싶었다. 아름다운 그의 모습을...! 이 얼마나 아이러니컬한 일인가? 전혀 다른 두 가지 마음의 공존이라니...!
“유리카? 괜찮아요? 이제 그만 여길 나가요.”
생각에 사로 잡혀 꿈쩍도 않는 그녀를 눈뜨게 한 것은 베아트리체였다. 그녀는 유리카를 걱정스럽다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보고 있기만 해도 행복한 느낌... 이 얼굴과 똑같이 생긴 사이먼도 이와 같은 눈빛을 그녀를 향해 보내 줄까... 어처구니없는 생각들... 유리카는 모든 생각을 애써 뿌리치며 베아트리체의 뒤를 따랐다.
베아트리체가 마지막으로 간 곳은 그녀가 가꾸는 화원이었다. 저택의 큰 대문과 연결된 장미 화원... 그곳은 유리카와 베아트리체가 처음 만난 곳이기도 했다.
“오빠와 전 장미를 좋아해요.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장미 가꾸는 일을 무척 좋아하셨거든요. 이게 이 집안에서 저의 유일한 낙이에요.”
베아트리체는 흥얼거리며 장미 한 송이 한 송이를 가위로 정성스레 땄다. 은은한 장미향... 그것은 지난 밤 사이먼에게서 풍겼던 달콤한 향이다. 사람을 도취시키는 달콤한 향... 유리카는 장미향을 코끝으로 맡으며 무의식적으로 사이먼을 떠올렸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 왜 자꾸 그의 존재가 유리카에게 느껴지는 것일까... 유리카는 자꾸만 그를 떠올리는 그녀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이 꽃을 당신께 드릴게요. 환영의 표시야.”
베아트리체는 방금 막 손질한 장미를 한 아름 유리카에게 안겨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꽃과 하나인 것처럼 아름답고 상냥한 사람... 유리카는 그런 베아트리체가 좋았다.
“기뻐요. 너무 고맙구요. 당신을 만난 건 정말 행운이야. 우리 사이좋게 지내요.”
유리카는 그녀가 준 장미에 얼굴을 묻으며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 순간 베아트리체의 얼굴은 부끄러운 듯 붉은 홍조가 띄워졌다. 장미처럼 붉게...
햇살 아래 장미화원을 거니는 베아트리체의 모습이 유리카의 가슴속에 아로이 새겨졌다. 누가 이토록 아름다운 사람을 사랑스럽지 않다 하겠는가?